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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롯길 연가

  Swiss-Zurich 2
  이정숙
  



Swiss-Zurich 2






유럽의 빵이, 버터가, 우유가, 요구르트가 정말 맛있다는 건, 한번이라도 유럽여행을 다녀본 적이 있다면 익히 알고 있을 일이다.
빵이나 밀가루 음식을 잘 먹지 않는 나조차도 맛있어서 자꾸 먹게 되는 빵은 잡곡으로 만든 아침식사용 빵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다해도 세인트 갈렌의 할머니가 아침마다 바꾸어주신 분위기 있는 테이블보와 그릇들,
커피잔과 더불어 손수 만드신 빵과 요구르트를 먹어본 터라 취리히의 아침은 맛도 낭만도 덜하다.




도심의 거리는 씽씽 달리는 차들과 트램으로 번잡하고 도시의 건물들도 빼곡하게 긴장되어 있지만 바로 그 아래 리마트 강변은 여유롭고 한가하다.
차가 지나가건 말건 관광객들이 쳐다보건 말건 도심의 강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스위스 사람들은 아무런 상관없이 일광욕을 하고 수영을 한다.
저 뒤가 바로 집이라면 집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렇게 멋진 수영장을 갖고 사는 사람들, 그저 부럽고 부러운 풍경일 뿐이다.




취리히 호수는 제네바의 레만 호수, 루체른의 피어발트슈테터 호수 등과 함께 스위스의 대표적인 호수로
호수 주변으로 취리히와 함께 탈빌( Thalwil ), 바덴스빌( Wadenswil ), 라퍼스빌( Rapperswil ) 등의 도시들이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이는 상공업 도시로 취리히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취리히 호수는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로 산책로와 공원이 잘 꾸며져 있으며 맑고 전형적인 스위스 풍경을 보여주는 호수이다.
취리히에 머무는 동안 숙소에서 멀지 않은 탓도 있지만 너무도 무더운 날씨 탓에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호수는
매일 우리가 빼놓지 않고 가는 산책코스가 되어버렸다.




호수는 너무도 물이 맑고 깨끗해 그곳에서 노니는 오리와 백조들이 쉼없이 발장구를 치는 모습까지 선연하게 보인다.
호숫가 다리에는 십대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관광객들을 의식하면서 계속 다이빙을 한다.
허가된 놀이는 분명 아닐 거 같은데도 말리는 사람도 없고 뛰어드는 아이들에게 향한 눈길들은 거두어지지도 않는다.
풍덩! 뛰어들곤 다시 올라가 다시 풍덩!!! 거침없이 호수로 뛰어들어 백조들과 하나되어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건강함이 물살을 가르고 튀어오른다.




수없이 발을 움직여야 살 수 있는 오리와 달리 백조는 우아하고 느긋하다.
어쩌면 저 백조는 빵을 받아먹거나 고기를 잡을 때조차 저리 우아한지.
한 두번 느긋하게 발만 움직여도 수없이 발을 움직여야만 하는 오리들이 불쌍할 정도로 우아하게 호수를 유영하고 있다.
호수가 너무도 맑아 발버둥치는 그 밑바닥까지 볼 수 밖에 없는 그 현실이 단순하지만 명쾌하다.
딸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느긋하게 머물던 그 호수...
가려져 보이진 않지만 너무도 많은 관광객들과 내리쬐는 폭염을 제외하곤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백조들과 오리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벽보가 곳곳에 붙어있지만 백조에게 빵을 주는 할아버지가 있다.
먹이를 주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고 다니는 사람도 할아버지는 모른 척 지나가고 백조들은 할아버지에게 빵을 받아먹느라 서로서로 분주하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할아버지의 행동은 하루이틀이 아닌 듯 능숙하고 백조들도 할아버지와는 거리가 없는 듯 더 가깝게 다가가 빵을 받아먹는다.




우리는 선착장으로 가 호수를 돌아보는 유람선을 타기로 한다.
선착장에 가는 길에 다리에 서서 취리히호수를 담는다.
저 멀리 우리가 앉았던 호숫가에 빼곡이 앉아있는 사람들이 보이고 호수를 끼고 들어선 아름다운 주택들이 보인다.
이곳은 스위스에서 최고의 가치를 가진 주거단지로 우리의 강남 수준이라고 하는데 호수가 얼마나 넓은지 바다로 착각할 만큼 아득하게 넓다.




그 호수를 돌아보는 유람선은 크기별로 서너가지가 있었던 거 같은데 우리는 두 번째로 큰 걸 타고 호반 유람에 들어간다.
라스파빌이라는 곳까지 중간 중간 들러서 약 2시간 거리를 돌아보는 단시간의 유람선이었는데
유람선을 타고 보는 호수는 호수라기보다 너무도 넓어서 바다처럼 느껴진다.
그런데도 빙하가 녹아 이루어진 호수의 물은 너무 맑고 깨끗해서 바닥이 비칠 듯 투명하고 그냥 식수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라고.
시원하게 펄럭이는 스위스 깃발을 보며 화창하다 못해 따가운 날씨에 나는 사진 찍을 때만 햇빛에 나와있고 가급적 유람선의 그늘쪽으로 앉아서 가는데
그와 라희는 내내 햇빛 속에서 그 따가운 햇살마저 느긋하게 즐기고 있다.




중간중간 호수 주변의 호화 주택으로 요트 주차장들을 겸비한 부자들이 보이고 잠시 들른 선착장에서 내리는 사람들과 다시 타는 사람들이 교행한다.
색색의 팔랑개비가 집들을 더 화사하게 하고 시간만 있다면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잠시 들러보는 유람선의 여행이 아니라 일박을 하면서 군데군데 선착장마다 내려서 돌아보는 느긋한 호수여행만 할 수 있어도
스위스 여행은 그것만으로도 다 채워질 듯, 아름답고 여유로운 풍경, 마냥 돌아보고 싶은 곳이 취리히 호숫가 정경이다.




유럽은 트램이 잘 되어 있는 도시가 많다.
특히 스위스는 트램의 도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자동차 도로와 트램의 레인이 도로마다 오묘하게 섞여있어 불안한 느낌과 특이한 느낌을 동시에 준다.
취리히는 우리처럼 개별여행을 온다면 걸어서 관광이 가능한 도시지만 중앙역에서 취리히 호수까지 가려면 도보로 15~20분이 걸리니
시간에 쫓기는 관광객이나 너무나 피곤하다면 트램, 버스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정류장에 있는 자동매표기를 이용해 트램과 버스를 같이 사용할 수 있고 일부 정류장에는 교통안내소가 설치되어 있으니 여행의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요금은 행선지의 거리에 따라 Zone으로 나눠 차이를 두고 있지만 유레일패스를 구입하면 아무 상관없이 언제든 탈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숙소가 구시가지 안에 있어서 트램을 이용하지 않고 거의 걸어서 다녔는데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트램을 볼 때마다 한번은 타보고 싶기도 했다.




저녁시간이 되자 구시가지 골목은 관광객들이 모이기 시작했는데 골목골목이 그리고 그 골목을 가로지르는 그 사잇길이
마치 그림과도 같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그 골목길 사이에 지금 우리도 같이 걷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다.
물론 밤에는 너무 시끄러워 일찍 숙소에 들어간 우리에게 때로는 소음이기도 했지만 그 시끄러움까지도 취리히의 또다른 밤으로 기억된다.




구시가지를 걷는 동안 가장 많이 만난 것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분수대와 화분, 그리고 그 거리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동상이다.
꽃과 동상 그리고 사이로 보이는 골목길의 휘날리는 작은 국기들까지...
어디 하나 어색함없이 잘 어울려 절로 걸음을 멈추게 한다.




리마트 강변에 세워진 버스이정표는 언어만 해독할 수 있다면 어디든 가는 일이 불편하지 않을 만큼
눈에 띄는 표지판마다 자세하고 간단하면서도 애교가 있다.




리마트 강변은 그 자체가 바로 스위스이며 알프스가 있는 아름다운 관광명소라고 말하는 듯
평화로우면서도 이곳이 유럽임을 알게 해주는 아름다운 곳이다.
여기서부터는 관광지의 이미지를 물씬 풍기며 대부분의 건물들이 전부 중세풍으로 거리구획도 잘 되어 있다.
멀리 보이는 교회가 종교개혁 이후 취리히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개신교 교회인 성베드로 교회인데
원래 그 자리에는 로마시대에는 쥬피터 신전이 있던 자리라고한다.
리마트 강변과 그에 걸맞게 잘 어우러진 건물들과의 조화를 보면서
모든 것을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하여 관광객들을 오게 하는 스위스의 힘과
오늘날 중립국이면서도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된 스위스의 명성이
그냥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2013-08-10 14: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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