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유인도의 노래 | 소롯길 연가 | 함께 읽고 싶은 글 | 토방마루 | 방명록 | 콩 꼬투리


소롯길 연가

  Swiss- Saint Gallen 2
  이정숙
  



Swiss- Saint Gallen 2




스위스 동부 고도의 세인트 갈렌은 계곡물이 시내를 관통하고 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도시이다.
포도주와 목축으로 알려진 현재도 이 사진과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도시,
마치 우리 나라의 경주처럼 스위스를 온전하게 지키고 있는 도시라고 볼 수 있는 곳이다.




어느곳을 봐도 한 장의 엽서 같은 도시의 아침은 신비롭다.
심지어 도시를 달리는 버스와 오토바이조차도 내게는 신기하고 낯선 이방의 풍경이다.




라희가 전에 왔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다던 식물원도 구경했는데 이곳에서 처음 보는 이 꽃은 정말 조화같은 생화였다.




젊음의 눈부심보다 더 아름답고 화려한, 집이라기엔 너무도 그림같은 정원에 앉아있는 연인들의 오후가 눈부시다.
그저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을 렌즈에 담으며 딸아이도 저렇듯 여유자적 행복한 젊음을 누리기를 염원한다.




잠시 딸아이가 쉬는 틈에 우리 둘이 시내를 여행하다 마치 서울의 강남 고급 주택가 같은 곳으로 오게 되었다.
몇 집이 공동으로 사용한다는 축구장 열배 정도의 정원 저 너머 보이는 곳이 독일이라고 한다.
한가하고 느긋한 이곳에서 오후의 햇살을 맘껏 즐긴다.




흡사 플라타너스를 닮은 이 나무의 이름은 무엇일까, 나이는 몇 살쯤 되었을까, 궁금해하면서 그 나무의 그늘에서 쉬고 있다.
주위에서 놀던 사람들이 낯선 우리들을 보면서 뭐라고 계속 말하지만 독일어를 모르는 우리 둘은 무시하고 그곳과 그 시간을 누린다.
나중에 모니카가 말하기를 그곳은 개인의 땅이고 정원이라 외부인은 출입금지구역이라고 해
그제야 우리들을 보고 계속 무어라 하던 그들의 표정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고 덕분에 우리는 그들만의 땅에도 머물 수 있었으니 무식이 왕이 맞나보다.




그곳을 내려오면서 바라본 도시는 아담하고 정겨운 곳이다.
차가 다니는 곳과 걸어서 다니는 곳이 있는데 우리 외에는 아무도 만날 수 없어서 의아했는데
특정한 사람들의 땅이고 거의가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걸어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나중에 들은 모니카의 말에
우리는 신나게 웃으며 이방인의 무지에 따른 선물로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음에 행복해 한다.




모니카가 자주 찾는다는 마을 뒤 언덕의 산책로를 오른다.
그곳에는 세 개의 호수가 있는데 주민들이 언제나 올라와 수영도 하고 일광욕도 즐긴다고 한다.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아무데서든 옷을 갈아입고 반나체로 일광욕을 즐기는 자유로운 일상에
낯설기는 하지만 부럽기도 한 그네들의 삶을 엿보며 경제적 여유가 이렇게 삶의 여유로 이어지는 것을 본다.




라희와 모니카는 계속 웃으며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한다.
때론 스페인어로 때론 영어로 그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고 그런 우정으로 이 먼 곳에서 만나는 그녀들이 아름답다.
모니카는 너무나 마음에 들어 아들아이랑 맺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삼일동안 한번씩 올랐던 그 작은 언덕,
그곳에서 바라본 정말 살고 싶은 집들과 보기에도 너무도 오래되어 고풍스럽던 나무들과 골목길,
한가롭게 풀을 뜯던 소의 그 되새김질까지 지금도 마치 눈앞에 있는 듯 생생하고 아련한 그리움이다.




그래도 내 생에 이런 축복의 날들이 있어 이 언덕에서 두 딸아이를 품에 안고 있을 수 있다니...
라희와 모니카 그리고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따뜻한 웃음 속에 있다.




동네 하나만큼의 블록이 온통 붉은 광장으로 된 곳이 있는데 그곳은 모든 바닥이 붉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의자도 테이블도 공원의 주변도 모두가 붉었다.
라희와 모니카의 열정만큼 붉은 그곳에서 우리는 쉬기도 하고 눕기도 한다.
누군가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이곳은 세인트 갈렌의 또다른 명소이다.




미로찾기를 하듯 골목이 많은 이곳에서 라희는 수시로 지도를 보면서 우리에게 더 많은 곳을 보여주려고 한다.
골목에는 어김없이 스위스 국기가 널린 곳이 많은데 나는 자꾸만 그 국기가 적십자기 같아서 웃음이 난다.
스위스 사람들이 자기네 국기를 적십자기라고 혼동하는 나를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생각만으로도 재미있는 착각이다.




라희는 틈만나면 풍경사진을 찍는다.
저 아이의 렌즈에 담기는 풍경들은 어떤 빛깔과 시간을 갖고 있을까,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저렇게 풍경만 찍지는 않을 터. 라희의 렌즈에도 조만간 사랑이 담기겠지.




세인트 갤런 대성당은 지도만 보아도 거대하다.
원래 목조로 지어졌던 이 성당은 후에 석조물로 된 수도원으로 개축되었고 오랜시간 동안 문화와 학술의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스위스에서도 몇 번째로 꼽히는 그 성당이 라희는 세인트 갈렌 여행에서 가장 보여주고 싶은 곳으로 꼽는다.




가운데 뜨락에 서서 본 성당은 소박하면서 웅장하다.
사람들도 별로 없고 조용해서 우선 마음에 든다.
세인트 갈렌이 스위스에서 이름난 관광지가 아니지만 이곳을 찾기 위해 오는 사람들은 많다고 한다.
가지런히 정돈된 잔디밭을 걷다보면 성당영역은 장엄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을 준다.




바깥에서는 우리 외에 다른 사람은 볼 수 없었는데 막상 성당 안에 들어오니 우리 말고도 다른 관광객들이 다수 있다.
바로크 양식인 주동은 높이가 68미터에 달하는데 외벽에 아름다운 장식과 조각이 새겨진 쌍둥이 종탑과 그 정상에 씌운 양파모양의 포인트가 특징적인 건물이다.




장내는 넓고 천장은 높다. 흰색 기둥은 천장을 떠받치며 솟아오르고 지붕부는 그와 확실하게 대조를 이루며 둥글게 하늘을 덮는다.
2열로 줄지어진 원목의자에 라희와 난 나란히 앉아서 무엇을 기도하고 있었을까?
저 둥근 원호모양의 지붕은 천국을 상징한다는데 훗날 다시 천국에 가서도 엄마와 딸로 만나 지금처럼 행복하게 해 달라고 나는 깊게 깊게 소망해본다.




고서와 아름다운 건축물을 함께 볼 수 있는 도서관,
성당 옆 장크트갈렌 수도원 도서관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도서관 지하 전시실에서만 살짝 흔적을 남긴다.
도서관은 전체가 햇빛이 강하게 들어오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고 도서관 내부의 천장의 벽화는 '전 세계 가장 아름다운 10대 천장'으로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나는 천장도 천장이지만 그 도서관이 너무나 아름답고 탐이 나 그런 서실 하나 갖고 싶다는 소망이 절로 우러난다.
아쉬운 것은 도서관 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학술적인 분위기로 충만한 이곳이 내게는 추억 속의 그리움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도시를 여행하면서 나는 참 살고 싶은 도시라는 느낌을 자주 갖게 되었다.
어디를 봐도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 그 틀을 침범하지 않는 도시,
동물들조차 여유자적 자신의 삶을 온전히 누리는 자연친화적인 도시에서 나는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 오래 머물고 싶었다.
이제 세인트 갈렌 이라는 지명을 떠올리면 나는 모니카라는 이름을 동시에 떠올리게 되고
솜씨가 좋은 호텔의 늙어서도 닮고 싶은 그 할머니를 떠올리게 되리라.
2013-08-07 20:44:59



   

관리자로그인~~ 전체 150개 - 현재 1/8 쪽
번호
제목
이름
파일
날짜
조회
226
이정숙
2014-09-23
994
225
이정숙
2014-09-23
948
224
이정숙
2013-12-20
1045
223
이정숙
2013-12-20
905
222
이정숙
2013-08-12
1371
221
이정숙
2013-08-10
1353
220
이정숙
2013-08-08
1325
이정숙
2013-08-07
783
218
이정숙
2013-08-07
828
217
이정숙
2013-04-03
914
215
이정숙
2011-10-17
1632
214
이정숙
2011-10-16
2560
213
이정숙
2011-10-12
2008
212
이정숙
2011-10-11
1186
211
이정숙
2011-10-06
1115
210
이정숙
2011-10-05
2107
209
이정숙
2011-10-04
939
208
이정숙
2011-10-04
1375
207
이정숙
2011-04-03
1557
206
이정숙
2010-12-10
1347

[맨처음] ..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 .. [마지막]



> HOME 유인도의 노래 | 소롯길 연가 | 함께 읽고 싶은 글 | 토방마루 | 방명록 | 콩 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