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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롯길 연가

  4.3 65주기, 평화의 빛으로 다시 서는 제주
  이정숙
  



4.3 65주기, 평화의 빛으로 다시 서는 제주











오늘은 제 65주기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가 열리는 날입니다.
제주 시내 곳곳은 검은 현수막으로 그날을 애도하고 4.3공원으로 들어가는 사거리에 선
추모간판 둘레에는 행사 참가차량을 도와줄 경찰관들과 경찰차가 서 있고
평소에 한적한 도로가 줄이어 선 차량들로 꽉 차 있는 걸 보니
오늘이 제주민들에게 얼마나 의미있는 날인가를 알게 합니다.






그랬습니다.
매번 제주를 찾을 때마다 제주와 4.3은 늘 하나였지만
직접적으로 내 안에 젖어들기엔 무언가 늘 부족했습니다.
이제 막 나무가 자라고 조금씩 무언가 들어서곤 있어도
항상 행사자들 외에는 늘 허전하던 광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차들,추모객들이 넘쳐나는 풍경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
행사 참석이 아닌 순수한 추모의 마음을 안고 이곳을 찾은 것도 처음입니다.

마음 아프고 내내 명치 끝에 걸려있던 그 무언가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그날, 그 시간에 이곳에서 맞닥뜨리게 되자 비로소 내려가는 느낌입니다.
공원입구까지 가는 길에는 10개가 넘는 주차장 안내판이 걸려있고
경찰들과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안내인들이 행사 참가자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되기까지 제주의 그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 길을 걸어왔을까,
생각만으로도 아릿한 통증이 마음을 에입니다.






벚꽃 너무도 아름답게 핀 4월, 4.3평화재단의 깃발 나부끼고
그 뒤로 멀리 위령탑을 중심으로 한 중앙부의 각명비 보입니다.
저 각명비에는 4.3 희생자 약 14,000여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

손으로 더듬어야 읽혀지는 점자책처럼
겨울을 지나 봄이 오는 동안, 숲에선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다.

꽃과 나무들이 대신
비명을 질렀고,
다만
입 닫은 자들만이 소리를 들었다.

통곡은 비와 바람의 몫
죽음은 쫒는 자와 쫒기는 자 사이에서
오래도록 수습되지 못했다.

섬이 초가지붕 보다 더 낮게 엎드려
숨죽인 시절
공포는 엄동의 한기처럼, 때로
팔월의 폭염처럼,
얼다, 녹다, 짓무르다
더러 잊혀지고
더러 외면되며 기억되었는데

4.3 평화공원
각명비 위에 내려앉은 산까마귀 한마리가
검은 부리로 톡톡,
그 겨울의 이름들을
다시 새기고 있다.

**********************************

제주 시인 이종형의 ‘각명비’ 전문입니다.






오늘은 제주를 떠나와야 하는 일정이었기에 어제 미리 이곳을 찾았습니다.
전날까지 맑던 하늘은 아침부터 비를 뿌리고 황량하고 거친 바람이
제주의 하늘을, 땅을, 바다를 뒤엎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멀리 일본에서 온 행사 참가자들이 탄 차량이 도착했는데
내리는 분들이 세월이 너무도 깊어보입니다.
바람을 뚫고 먼곳에서 온 듯한 초로의 부부가 흰 국화꽃다발을 들고
우리에게 희생자의 각명비가 새겨진 곳을 묻습니다.
그곳을 알려주고 총총히 그곳으로 달려가는 부부를 보면서 부는 바람과 추위가 안타깝습니다.
만약 내게도 그날의 희생자가 있다면 오늘 이곳은 절절하고 그리운 곳이 되어
나 역시도 저 부부처럼 추위도 바람도 아랑곳없이 무조건 가야하는 곳이 되겠지요.

위령제단 앞에서 그 추위와 바람도 무릅쓰고 오늘의 행사를 준비하는 행사팀들의 준비상황을 보면서
너무 늦지않게 제주사람이 아닌 뭍의 사람으로 이들의 아픔과
지난한 세월의 현장에 동참할 수 있게됨에 감사드리며
희생자들에게 경건한 추념의 마음을 남깁니다.
바람은 쉬지 않고 몰아치고 너무도 추워,
마치 억울하고 억울한 그날의 혼령들이
그날의 눈물과 아픔을 되새기는 듯, 따뜻했던 제주는
지금 너무도 추워 다시 겨울이 온 듯 북풍한설의 시간이 몰아칩니다.







"언젠가 이 비에 제주 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
65년의 긴 세월이 지나도록 누군가는 잊어버리고 누군가는 4.3이 무엇인지도 모른채로
누군가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역사의 한줄로 기억될 일이었겠지만
지금 이 순간, 제주에 있게 되니 제주 사람들의 가슴 속, 절절한 아픔이
칼로 에이는 듯, 아픈 통증이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기억하고 찾아주는 이들이 있는 한,
아직도 이름을 새기지 못한 이 백비는 남과 북이 통일되는 그날.
이 그릇된 역사를 바로잡고 떳떳이 이름을 새긴 비석으로 바로 서게 될 겁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아무런 죄도 없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저리 무참하게 죽어간 그들은......
저렇게 보고만 있어도 무섭고 처절해 고개 돌리고 싶은데
저리 부모를 자식을, 형제를 이웃을 묻어둔 이들의 그 한서린 마음들은
누가 어루만져 줄 수 있을 지......






잊지 않을 겁니다.
이렇듯 제주와 상관없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통하여 4.3을 알고
그릇된 역사를 아파하며 새로운 희망을 향한 마음을 열고 있는 한,
평화를 기원하며 새로운 희망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가 꿈꾸는 세상, 당당하게 백비가 서고 서로가 마주잡은 손으로
이 벽에 새긴 다짐을 확인하는 그 세상은 곧 오리라는 것을,
이곳을 다녀가며 아픈 가슴과 희망의 마음으로 써내려 간
저 많은 추모와 평화의 염원을 기억합니다.




<2013년 4월 3일 제주 4.3 65주기에 평화공원을 찾다>
2013-04-03 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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