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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롯길 연가

  SPAIN-MADRID 2
  이정숙
  

SPAIN-MADRID 2




마드리드의 그란비야 역에 내리면 프라도 미술관, 소피아 미술관, 왕궁, 솔광장, 마요르 광장 등 다양한 유명 시내 관광지들을 도보로 관광을 할 수 있어 경제적, 시간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며 딸아이는 마드리드에서 우리가 머물 곳을 그란비야역에서 내려 이분도 안걸리는 거리에 정해놓았습니다.





마드리드에 내려서 처음 본 곳이 솔광장(Puerta del Sol)으로 지정학적상으로 마드리드의 중심이기도 하지만 그 밖의 경제, 문화, 교통 등에서도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바로 마드리드 심장이라고 하는 광장입니다. 원래의 이름은 '뿌에르따 데 솔 Puerta del Sol(태양의 문)광장'이라고 하나, 간단히 줄여 'SOL(태양)광장'이라고 부릅니다.

솔광장의 역사는 마드리드의 역사라고 할 만큼 숱한 사건과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최초로 가스등이 커졌던 곳, 최초로 전차가 다녔던 곳, 최초로 전기불이 켜졌던 곳, 최초로 지하철이 개통되었던 곳으로써 모든 시작의 중심이 되었고, 마드리드의 모든 길은 이곳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또 이곳을 중심으로 모여듭니다.
연말에는 모든 시민들의 함성과 함께 재야의 종을 울리기도 하고 집회나 시위가 있을 때 우리의 광화문과 청계광장처럼 핵심이 되는 곳입니다.
또한 이 곳은 1808년 스페인을 침략한 나폴레옹군에게 세계 최초로 대항한 장소로, 이후 프랑스에게서 독립하기 위한 스페인의 그 유명한 게릴라전이 전개된 곳입니다.
지금 그 광장에 우리가 서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솔광장은 ‘1% 위한 사회 바꾸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건 세계 동시시위가 열리는 역사적 광장입니다. 현재 스페인에서도 살인적인 청년 실업률과 정부의 공공복지 지출 및 복지예산 축소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지난 5월부터 이어져 왔는데 우리가 8월 여행중에 만난 시위대가 바로 오늘의 시위대의 핵심인 텐트시위대입니다. 이날 시위대의 목적이 무언가를 딸아이에게 물으면서 몇 달 뒤인 지금 그 시위대의 역할이 이리도 막중하리라곤 짐작도 못한 일입니다.



-2011년 10월 16일 마드리드 솔 광장 사진출처 AP NEWS-



마드리드 거리를 지나면서 한국처럼 도로 한편을 점령하고 지나가는 시민들을 일일이 제지하고 검색하는 경찰을 보면서 마드리드도 한국의 서울처럼 시위대 진압이 강경하구나, 라며 지나갔는데 세계 어느곳 할 것없이 경제위기가 총체적 난국에 다다랐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1%와 99%의 전쟁은 그곳이 어느 곳이든 그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입니다.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근처의 거리로 산책나갑니다. 한나라의 수도답게 빌바오와는 많이 다른 현대식 건축물들이 대규모로 밀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스페인을 그대로 갖고 있는 바스크지역을 여행한 후라 그런지 마드리드는 별다른 스페인적인 특징이 없는 심심한 도시처럼 느껴집니다. 중세적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의 서울처럼 현대적인 것도 아니고 우리가 다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러 오면서 어쩔 수 없이 오게 된 도시일뿐입니다.
딸아이가 스페인에서 가장 싫어하는 도시가 마드리드라며 다니는 내내 거리에서는 심드렁했는데 왜 그런지 조금은 이해가 될 거 같습니다.





그래도 내게는 처음 온 도시라 이것저것 신기한 것이 많습니다. 딸아이가 쉬는 동안 둘이 나가서 이 골목 저 골목 구경다니다가 집시가 연주하는 음악을 듣느라 잠시 멈추었는데 그 모습을 촬영하는 사람이 오히려 집시보다 더 진지해 보입니다.
집시 때문이 아니라 촬영하는 그 사람을 보느라 걸음을 멈춘 사람이 더 많아보이는 진기한 풍경입니다.




상가가 밀집한 거리라 그런 지 건널목을 건너는 사람들이 마치 줄서있는 사람들로 보일만큼 거리는 골목골목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세계의 모든 인종이 마드리드에 몰린 듯 사람들도 너무도 다양합니다. 빌바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노숙자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고 대낮인데도 호객하는 길거리여자들도 수시로 눈에 띱니다.
솔광장에서 걸어서 십분 정도 우리 숙소에서 삼분정도 걸리는 그란비야역 바로 주변 풍경입니다.





우리가 머문 숙소 바로 곁에 있는 웨딩드레스를 파는 곳인데 결혼식을 앞둔 신부와 어머니인 듯 우리가 다른 곳을 다녀온 후에도 그 두사람은 여전히 그곳에 있습니다. 드레스를 고를 때 고민하는 것도 어디나 다 마찬가지인가봅니다.





어느곳을 가야 할 지 우리에게 설명해주느라 라희는 또 지도판 앞에서 열심입니다. 몇 번 와보았지만 시간상 우리 숙소에서 걸어서 다닐 곳만 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도를 보니 마드리드는 빌바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번화한 도시입니다.
라희가 가르키는 곳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입니다.





설명하는 라희 뒤로 마드리드 투어버스가 지나갑니다. 이층으로 되어 있고 이층은 도심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형태입니다. 날이 덥지 않고 시간만 충분하다면 저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마드리드를 돌아볼 수 있다면 대충 다 볼 수는 있겠구나 싶어 물어봤지만 짧은 우리의 일정상 걸어다니는 코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마드리드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큰 지하철 체계 중 하나이며 마드리드가 세계 25위 권 인구밀집 도시이지만 지하철에 있어서는 세계 10위권에 속하고 2007년 지하철이 연장 개통되면서 282km로 늘어나서 런던과 모스크바에 이어 유럽 전체에서 3번째로 긴 지하철이 되었다고 합니다.
마드리드의 지하철은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 승객들이 직접 버튼을 누르는 것은 빌바오와 같았으나 차선이 빌바오와 비교되지 않게 복잡했고 차선마다 색깔이 달랐습니다.





19세기 중반 건축된 아토차역은 마드리드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기차역입니다.
기차역이라기 보다는 마드리드인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는 실내 식물원이며 바깥경관도 기차역이라는 이미지보다 식물원의 이미지가 더 강합니다.
옛날 건물과 근래에 새로 지은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옛날 건물은 1851년 2월에 마드리드 최초의 기차역으로 문을 열었다가 화재로 대부분 파손된 후, 1892년에 엔지니어이자 건축가인 알베르토 데팔라시오(Alberto de Palacio: 1856~1939)가 다시 건축했습니다.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Rafael Moneo: 1937~)가 설계한 새 역은 옛 건물 인근에 지어 1989년에 완공했는데 옛 건물은 각종 상점과 카페, 나이트클럽 등이 들어서 시민을 위한 오락과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특히 옛 건물 내부의 광장은 열대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대규모 식물원으로 꾸며 마드리드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용됩니다. 이 역은 2개의 마드리드 지하철역과 연결되어 있고 그중 1개는 새 역사를 건축하면서 시민의 편의를 위해 새롭게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건물 안으로 들어가 그 식물원에서 다리쉼을 하기도 하고 한바퀴 돌아보았지만 역은 역인지 시간이 지날 수록 식물원임에도 불구하고 공기가 이상하게 탁하게 느껴집니다.





아토차역을 돌아보고 나오는데 끝없이 늘어서 있는 택시행렬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역 안에 들어가보니 그렇게 사람이 많은 것 같지 않은데 오히려 거리를 다니는 사람보다 멈춰서서 사람을 기다리는 택시가 더 많은 듯, 저 많은 택시가 언제 승객을 태우고 빠져나갈 수 있을 지,여기서도 스페인의 경제적 위기가 느껴집니다.





역근처의 광고판인데 거리의 광고판들은 참으로 다양하게 설치되어있습니다.
어떤 것은 원형으로 또 어떤 것은 네모난 기둥 모양으로... 거리의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고정된 광고판이 도심의 그래피티와 어울려 또 하나의 도시모습을 만들어냅니다.





건널목을 건너는데 울퉁불퉁한 나무가 아프게 다가옵니다. 오랜 세월 얼마나 모진 풍상속에서 저런 모습으로 자라 서 있는지...
그래도 위를 보니 싱싱하게 자란 잎들이 위안이 됩니다.





한낮의 노천카페도 만원입니다.. 도시의 중심가에 저렇게 도로를 점령한 노천카페가 내겐 참 신기한 풍경입니다.
하지만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도 경찰들도 누구도 그 모습에 우리처럼 그 의아하게 보지는 않습니다. 어딜 가도 유럽의 노천카페는 이미 그들 생활의 일부이니까요.





이상하게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정말 많은 쌍둥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두 쌍둥이는 물론이고 세쌍동이 네쌍동이 유모차까지 보면서 참 쌍둥이들이 많은 곳이구나 했는데 이 가게 앞에서는 정말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도 많은 쌍둥이인형들이 진열대를 꽉 채우고 있는데 다 수제품으로 그 가격 또한 아주 고가였습니다. 하지만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겠지요. 쌍둥이들을 위한 쌍둥이 인형... 재밌는 컨셉입니다.






꽃과 식물들로 아름다웠던 빌바오와 바스크지역의 피소와 달리 도시의 피소는 삭막합니다.
햇빛을 가리기 위한 차양막이 유리창 너머로 우산처럼 펼쳐져 있을 뿐 바스크 지역의 꽃이 있는 테라스를 찾으려는 내 마음이 오히려 삭막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뒷골목 담벼락의 그래피티는 이곳도 예외가 아닙니다. 셔터가 있고 벽이 있는 곳 어디라면 그래피티를 볼 수 있는데 화려한 색감의 이미지와 글씨가 마치 그래피티 미술관에 온 듯 단순한 낙서가 아닌 그린 이의 개성이 잔뜩 담겨져 있습니다.





벽면부터 예술적인 붉은 건물 아래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있어 딸아이에게 무슨 건물이냐고 물으니 극장이라고 합니다. 무슨 영화를 상영하는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극장앞을 넘어서서 도로 가득 줄을 지어 서 있습니다. 왠지 나도 줄을 서서 그 영화 한편 느긋하게 보고싶은 충동이 절로 생깁니다.





거리구경을 하다보니 어느새 날이 어둑해지고 환해진 건물 하나가 눈에 띠어 들어갑니다. 마드리드의 재래시장이라고 하는데 낮에는 물건을 팔지만 밤이 되면 식당가로 변하는 시장입니다. 혹 무언가 살 게 있을까 들어가봤더니 빌바오에서 본 작은 카페처럼 각 매장에서 갖가지 음식과 음료수, 술을 팔아 그곳에서 먹고 갈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한바퀴 돌아보았지만 사람들에 치여 아무것도 사지도 먹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나옵니다.





어둠이 내리면서 조명을 받아 환하게 불밝혀진 산 프란시스코 엘 그란데 성당.(Basilica de San Francisco El Grande)입니다.
산 프란시스코 엘 그란데 성당은 13세기 초, 아시시의 산 프란치스코가 순례 중에 세웠던 성당 자리에 1784년 프란치스코 카베사스 수도사의 설계로 지금과 같은 원형 성당이 건축된 것으로 전형적인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름 33m의 거대한 원형 천장은 건축가 사바티니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조명이 비친 성당은 멀리서 보아도 너무도 아름답고 웅장합니다.
낮보다는 오히려 밤의 풍경이 더 아름다운 곳이라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마침 배낭여행을 하던 두 아가씨가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덕분에 우리도 그 성당을 배경으로 모처럼 셋이 사진을 찍는 행운을 가집니다.





재래시장도 지나쳐 오고 슬슬 허기가 짙어집니다. 한국에서는 평소 여섯시나 일곱시쯤 저녁을 먹었지만 이곳은 해가 늦게 져서 보통 여덟시나 아홉시가 되어야 저녁식사를 합니다. 시간을 보니 벌써 아홉시가 다 되어갑니다. 우리가 걷고 있는 old town 은 가는 곳마다 축제 분위기와 사람들이 북적이며 살아있는 생기가 넘치는 곳이었습니다. 야외 카페마다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 골목마다 거리 악사들, 기가 막히게 장식해 놓은 식당들과 가게들이 그저 보기만해도 즐거워지는 곳이어서 오늘 우리도 그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합니다.
바깥이 싫어 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는데 친절한 카페의 여종업원이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환하게 웃어줍니다. 벽에 걸려있는 것이 유명한 스페인의 대표적 음식 중 하나인 '하몽'입니다. 아가씨 옆에는 하몽을 써는 기계인 듯 썰다 만 하몽이 매달려 있습니다. 나도 몇번 먹어보았지만 원래 고기를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그것도 내 입맛엔 맞지 않았습니다.





메뉴를 보고 딸아이가 시켜준 음식입니다. 한국의 돈까스와 비슷한 음식에 소스를 얹고 감자튀김을 둘러 나온 음식인데 소스가 입에 맞지 않아 나는 별로였는데 다행히 딸아이가 맛있게 먹습니다. 오히려 내겐 생맥주가 더 시원합니다. 정신없이 걷느라 퉁퉁부은 발도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편안한 저녁입니다. 마드리드에서의 바쁘고 신기한 또 하루가 그렇게 저물고 있습니다.




<2011년 8월 SPAIN>
2011-10-17 09: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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