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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롯길 연가

  SPAIN-San Sebastien
  이정숙
  

SPAIN-San Sebastien





San Sebastien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북동쪽으로 프랑스의 국경에 근접해 있는 해변 휴양도시입니다. 여느 유럽의 해변도시와 같이 휴양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면서 무척이나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빌바오 역에서 San Sebastien으로 가는 방법은 버스와 기차가 있는데 오늘 우리는 기차를 타고 가기로 합니다.
고속 기차는 없고 옛날 우리나라 비둘기호와 같은 일반기차를 이용해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버스를 타고 다닐때와 다른 시골 풍경을 볼 수 있을 거 같아 기차를 타는 일이 기대가 됩니다.





CALLE ATXUTI역은 구시가지 근처에 있는데 Bilbao- Donostia-San Sebastien, Bilbao-Amorebieta, Bilbao-Bermeo로 가는 노선이 있습니다.
이 역은 건축가 마누엘 마리아 스미스에 의해 1912년에 지어진 역이라고 합니다.
오늘 날 그 역은 실내는 완전 개조되었고 외관만 지어질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다고 합니다.





빌바오의 Metro Bilbao tube는 이 역에서 마지막으로 끊겨 있고 Eusko Trenbideak의 사무실이 이 역 안에 있습니다.





우리는 Bilbao- Donostia-San Sebastien으로 가는 노선을 타야 하는데 티켓은 자동판매기에서 끊게 되어 있습니다. 글씨와 노선을 모른다면 보고도 못 끊을 듯, 처음 보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선 일입니다. 딸아이가 능숙하게 표를 끊는 것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출발시간까지는 한시간 반정도 여유가 있어 우리는 역 뒤의 운하와 마을을 둘러봅니다. 산투루치의 강과 달리 이 강은 조금은 혼탁해 발을 담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하지만 강을 따라 죽 이어서 있는 오래된 시가지의 풍경은 엽서 속 풍경처럼 아름답습니다.





역에서 시가지쪽으로 조금 걸어나오니 큰 건물이 있는데 그곳이 재래시장이라고 합니다. 재래시장이라고 하면 거리에 좌판을 늘어놓은 시장이 연상되었는데 그곳은 2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입구의 스테인드 글래스가 예술적이었습니다.
안은 각각의 상가로 분리 되어 있었지만 물건들은 진열장보다 좌판처럼 펼쳐져 있어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선택하기 쉽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수제쿠키와 빵을 파는 곳에서 라희와 나는 멈춰섰습니다. 라희는 맛있게 구워진 초코케잌이 먹고 싶다며 사려고 하는데 나는 그 큰 케잌을 여행중에 어찌 먹으려고 하느냐며 다른 것을 사자 하니까 딸아이가 웃습니다. 이곳은 한국과 달리 케잌 하나를 다 사는 게 아니라 원하는 만큼 잘라서 무게를 재어 팔아 우리가 먹고 싶은 만큼만 사면 된다고 합니다. 주인이 나와서 라희가 표시한 만큼 잘라서 포장해줍니다.





나는 라희가 구워주던 쿠키와 거의 비슷한 쿠키를 사기로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초코케잌 두 조각과 쿠키 두 개를 주문했는데 재래시장에 동양인이 온 것이 신기했는지 주인은 웃으며 오늘 구운 과자 두 개를 덤으로 더 줍니다. 어디가나 재래시장의 인심은 똑같은가 봅니다.





과자가게를 돌아서니 청과물을 파는 곳과 어물전이 보입니다.
연세가 좀 든 아주머니들이 바구니에 이것저것 채소와 과일을 담아파는 것이 우리네 재래시장의 아주머니들과 앉아서 팔고 서서 파는 것만 다를 뿐 그 모습이 많이 닮아있습니다. 어물전에는 빨간 옷을 입은 남자들이 그날 팔 물건을 내놓느라 분주합니다.





유난히 생선과 해물에 관심이 많은 그는 유심히 생선장수가 물건을 파는 모습을 봅니다. 늘 마리로 파는 것에 익숙해 있는 우리에게는 생선 마릿수가 아닌 무게를 재어파는 것이 인상깊게 다가옵니다.
붙어있는 모든 가격표는 kg당 가격이라고 합니다.





한 가족이 다 먹어도 너무 큰 생선들도 많았는데 그것들은 사람들이 필요한 부위를 말하면 잘라서 필요한 만큼만 팔고 있었습니다. 각 가게마다 쟁반같은 저울이 달려있어 원하는 만큼 잘라서 사면 종이에 둘둘 말아 비닐에 넣어주는데 돌아오는 길에 들러서 사가자는 그의 말에 집까지 거리가 먼 우리가 생물을 사서 가는 건 이렇게 더운 날은 무리가 있다며 그냥 눈으로만 보고 가자고 합니다.





드디어 기차가 출발하고 우리가 탄 기차는 참으로 작고 낡았습니다. 의자도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처럼 되어있어 오랜 시간 앉아가기엔 많이 불편해 보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기차 안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 마주보는 좌석을 하나씩 차지하고 발을 뻗고 가니 그런대로 갈 만합니다.
기차길은 이런 길이 다 있나 싶게 좁은 철로를 마치 곡예를 하듯 빠져나갑니다. 터널은 기차와 한뼘정도 밖에 더 여유가 없으리만큼 좁고 다른 기차가 지나가면 무조건 비키는 곳에서 한참을 서 있습니다. 잠시 기차가 멈춘 곳에 마주오는 기차가 보입니다. 우리가 탄 기차는 파란색이었는데 마주 오는 기차는 노란 기차입니다. 사람이 타는 기차는 파란색이고 화물을 운송하는 기차는 노란색이라고 합니다.





철로와 바로 붙은 곳의 마을은 대개 낡고 작은 집들이거나 밭이었는데 한참을 달리다보니 시원하게 펼쳐진 잔디밭위로 여유로운 마을이 보입니다. 저런 집을 지닌 사람들이 이 시끄러운 철길 옆에서 왜 살고 있을까, 잠시 의문이 생길 정도로 여유로운 풍경의 마을입니다.





San Sebastien은 프랑스 국경에 인접한 도시이며, 스페인 사람들도 휴가철에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한국으로 치면 동해안의 경포대나 주문진 정도 되는 곳입니다.
흔히 스페인을 태양의 나라 라고 하는데, San Sebastien은 맑고 빛나는 태양, 시원한 바람, 깨끗한 해변이 어우러져 저절로 긴장이 풀어지게 만드는 곳입니다. 도시의 첫인상은 참으로 정갈합니다.





San Sebastien은 그리 크지 않아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아도 몇시간이면 돌아 볼 수 있다고합니다. 우리는 해보지 못했지만 자전거 대여소가 시내에 3-4 군데 있고, 해변가를 따라 자전거도로가 잘 나 있어서 자전거로 해변가를 여행하기 편하다고 합니다.





날씨가 많이 변덕을 부립니다. 맑다가 금새 또 보슬비가 내리기도하고 환히 개었다가 비가 오기도 합니다. 이런 날이 전형적인 스페인 날씨라고 하는데 스페인에 와서 이런 흐렸다가 개이는 날은 처음 봅니다.





라희도 열심히 사진을 찍습니다. 딸아이가 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주로 풍경 위주로 찍는 딸아이의 진지한 뒷모습이 이쁘고 대견하기만합니다.





모두들 보슬비라 우산을 쓰지 않고 그냥 다니는데 안경을 쓴 나는 어쩔 수 없이 가지고 간 작은 우산을 혼자 씁니다. 더울 때 양산으로 쓸 때는 눈치가 보였지만 비가 오니 아무렇지도 않게 우산을 쓰고 거리를 활보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곳 사람들은 햇빛이 강해도 비가 내려도 우산이나 모자를 쓴 사람을 보기가 참 어렵습니다. 어떤 환경이든 자연 그대로에 익숙한 그들의 모습이 참 적응이 안됩니다.





그래도 비가 많이 내리자 바닷가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카페로 숙소로 다 찾아듭니다. 우리도 더 비를 맞고 걷기가 그래서 바닷가 카페로 들어갑니다. 이미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빼곡하게 카페 안과 밖을 다 채워서 간신히 비가 조금 들이치는 테라스쪽 자리로 비집고 들어갑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몸을 녹입니다. 비가 들이쳐 장난치며 환하게 웃는 라희의 미소가 아름다운 해변을 닮았습니다. 추워서 잠시 움츠리다가 그 환한 미소에 온 몸이 따듯해집니다.





카페에서 좀 쉬다보니 비가 그쳤습니다. 어느새 환하게 밝아오는 해변을 걷다가 San Sebastien이 둥글게 감겨있는 콘차만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저 멀리 바닷가를 향해 오른쪽 언덕위의 있는 모타성의 거대한 그리스도 상이 보입니다. 나중에 모타성쪽 언덕을 올라가긴 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결국 그리스도 상까지는 가지 못하고 중턱에서 내려와야만 했습니다.





바닷가 쪽 피서객들을 위한 공간이 있어 그곳에서 준비해간 김밥을 먹습니다. 양배추 김치와 김밥을 펼쳐놓고 점심을 먹다보니 우리가 먹는 음식이 이곳 사람들도 신기했는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갑니다. 경비원인 듯한 한 중년의 남자는 매번 우리 쪽을 힐끗 거리다 김밥을 다 먹고 그가 담배를 피워물자 얼른 다가와 한 대 얻어 갑니다.그리고는 우리를 보고 환하게 웃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우리는 해안을 따라 맨발로 걸어갑니다.





갑자기 라희가 발로 무언가를 쓰기 시작합니다. 먼저 가던 여행객이 발로 하트를 그리고 이름을 쓰는 걸 본 내가 나도 하고 싶은데 그가 안해준다 했더니 자신이 대신 해 주겠다며 커다란 하트를 그리고 그 안에 그와 내 이름을 씁니다.
먼저 가고 있는 그를 불러 우리의 이름이 적힌 하트에서 사진을 찍자고 하니 딸아이가 그려준 하트가 쑥스러웠는지 그는 사진을 찍기는 커녕 발로 모래를 뿌립니다. 나는 이름이 지워질세라 얼른 그런 모습을 막으며 찍으라 하고.
행복한 바닷가 풍경 속의 주인공들입니다.





사진을 찍느라 뒤처진 나를 두고 두 사람은 이미 멀리 걸어가고 있습니다.
파도타기도 하면서 엎치락 뒤치락 걸어가는 두사람을 보며 뒤따라 가는 일이 정겹기만 합니다. 무슨 말을 하며 가기에 저리도 정다운 모습인지.....어느새 모든 일정이 끝나가고 언제 또 이렇게 셋이 바닷가를 올 일이 있을까 생각하니 이제 마드리드 여행만을 남겨둔 일정이 벌써 아쉬움으로 옵니다.





바닷가를 지나 모타성이 있는 언덕으로 가기 위해 올라오니 옮겨심은지 얼마 안되는 듯 머리묶인 야자나무가 눈에 띕니다. 혹시 센 바닷바람에 미처 자리잡지 못하고 죽어버릴까 야무지게 묶어놓은 나무가 안쓰럽기는 커녕 행복해 보입니다. 내 마음이 행복하니 묶인 나무조차도 이렇게 다감함으로 오는구나, 싶어 혼자 슬그머니 미소를 머금습니다.





걸어오는 딸아이의 걸음이 너무도 당당합니다. 어느 한곳 느슨한 곳 없이 팽팽하게 당겨진 근육들이 보이는 듯 딸아이의 걸음은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모처럼 뒷모습이 아닌 앞모습을 먼저 가서 보면서 저 당당함이 이 이역만리에서 라희가 살아가는 방법이겠지 싶어 마음이 놓입니다.





휴양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도시 San Sebastien. 예전에는 왕족 마리아 크리스티나 황태후의 휴양지로서 점차 고급 피서지로 각광받는 San Sebastien이 멀리 보입니다.
언덕을 올라가는 길에서 본 해안은 다시 흐려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잔잔하고 넉넉해보여 저 해안에 누워 느긋하게 하늘과 바다를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언덕을 올라가는 길에 눈에 띤 작은 카페입니다. 마주앉아 서로 담배피는 두 연인의 모습이 참 보기가 좋습니다. 이곳을 여행하면서 담배피는 풍경은 이제는 익숙한 풍경입니다. 오히려 피지 않는 내가 어색할 만큼 남녀 할 것 없이 이 나라는 흡연자들의 천국입니다.





언덕으로 오르는 길의 초입입니다. 아래로는 해안이 있고 건물 사이로 난 계단을 올라가면 산책로 같은 길이 이어져 있어 그곳으로 학교도 가고 그리스도 상이 있는 모타성도 올라간다고 합니다.





우리가 올라온 길 맞은편을 바라보니 사진을 찍는 다정한 모자 뒤로 보이는 풍경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시간에 쫓기며 사는 한국인들의 일상과 너무도 다른 여유로운 모습들에서 느리게 느리게 사는 행복을 조금은 배운 듯 합니다.





언덕을 조금 오르자 이곳도 안내판이 있는데 아마도 이곳에 사는 동식물을 안내해주는 표지판인 듯 도룡뇽과 악어를 닮은 동물의 그림이 부각되어있습니다.





안내판을 읽어달라는 엄마의 말도 못듣고 바삐 걸어가던 딸아이가 고양이를 보고는 그대로 걸음을 멈춥니다. 나중에 그 벽을 넘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딸아이의 시선은 오로지 고양이에게 고정입니다. 가히 고양이 어미다운 행동입니다.





산중턱에 이르니 건너편 도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시간이 있었다면 저 끝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해안가끝까지 밖에 못가본 것이 아쉬움으로 진하게 남는 풍경입니다. 이름을 부르니 돌아보면서 엄마의 그런 마음을 달래주는 듯 라희의 웃음이 더 진하게 바다로 퍼져갑니다.





언덕을 거의 다 올라갈 무렵 또 하나의 표지판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곳까지 가면 돌아가는 기차 시간에 맞출 수가 없다면서 그냥 돌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모타성에 있는 Batería de Santiago 는 이렇게 풍경으로만 들고 와서 봅니다.






산 위에서 본 San Sebastien의 사람들은 한층 더 여유로와 보입니다. 이곳은 숨가쁘게 달려오기만 한 지난날을 돌아보며 한숨돌리기에 딱 맞는 곳입니다. 편안한 휴식을 위한 여행을 계획한다면 한 사나흘 머물면서 하루는 바닷가에서 해수욕도 하고 하루는 해안가 끝에 있는 산에도 올라가 보고 또 하루는 지금 우리가 올라가고 있는 이 언덕을 산책하면서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는다면 참 좋을 곳입니다.





해안과 산에는 별로 없던 사람들이 다 거리에 있었나봅니다. 거리는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프랑스와 가까운 지역이어서 인지 스페인어보다 프랑스어가 더 많이 들립니다. 시내도 돌아보고 싶지만 이미 기차 시간이 다 되어 서둘러 기차역으로 갑니다.





바삐 걸어가는 두 사람 뒤를 총총히 쫓아가면서도 나는 선물가게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춥니다. 스페인과 달리 프랑스풍의 아기자기한 선물용품들이 너무도 앙증스러워서였지만 다른 해안가 마을과는 달리 다 못보고 가는 이 도시를 떠나기가 영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2011년 8월 SPAIN>
2011-10-12 13: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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