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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롯길 연가

  SANTURTZI의 눈부신 꽃한송이, 찾아나서다.
  이정숙
  

Santurtzi의 눈부신 꽃한송이, 찾아나서다.

-SPAIN SANTURTZI



스페인의 작은 나라 바스크.
바스크는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 산맥의 양쪽 지방을 가르키는 말로 스페인 내전을 거치면서 강제로 스페인에 편입된 곳이다.
현재는 알라비 비푸스코아, 비스카야 세곳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딸아이가 사는 곳이 바로 비스카야에 속해있는 빌바오에서 지하철로 삼십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 산투루치이다. 스페인이면서 스페인이지 않은 바스크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면서 사는 곳, 아직도 독립을 꿈꾸는 지역이다. 이제는 거의 스페인 사람이 다 된 딸아이, 그 이쁜 꽃을 찾아 우리는 멀고도 먼 길을 나선다.






마드리드에서 빌바오로 가는 길은 황량하기까지 하다. 바깥의 풍경은 거의 사막화된 구릉과 드넓은 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의가 초지로 사용되고 집과 건물은 서너 시간을 달려도 거의 없다. 무언가 색다른 풍경을 기대하면서 창밖만 지키던 나는 점점 그 풍경이 지겨워지기까지 한다. 이게 스페인이라면 너무도 지루할 거 같아 지치기도 할 무렵, 빌바오가 가까워지면서 드넓은 해바라기밭과 포도밭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한다.
스페인의 계곡과 호수가 거의 없는 불모지와 가까운 지역을 벗어나면서 바스크지방으로 들어서자 비로소 나무와 풀과 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주위의 풍경과 나무들이 우리나라의 그것들과 비슷한 것이 제법 있어 눈이 편안해지기 시작한다. 해바라기밭이 장관이다.
빌바오로 가던 날 환하게 피어있던 해바라기는 돌아올 때 이미 까만 씨앗을 품고 있었다.





제법 바깥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어지고 이것저것 낯설은 것들이 눈에 익기 시작한다.
마드리드에서 네시간 정도 버스로 달려오자 드디어 빌바오라는 지명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천에서 공항까지 버스로 네시간, 그리고 공항에서 비행기로 열네시간, 다시 마드리드 공항에서 지하철로 버스터미널까지 삼십분, 그리고 다시 버스로 네시간째 달리던 중이라 빌바오라는 지명만으로도 너무나 반갑다.





드디어 빌바오 톨게이트가 보인다. 너무도 긴 여정에 몸이 뒤틀리면서 힘겨웠는데 그것만으로도 도착한 듯 이내 몸이 가벼워진다. 마중나오느라 오며가며 열시간째 버스에 시달린 딸아이와 그는 아직도 열심히 자고 있다.





빌바오 공항과 시내로 가는 갈림길에서 보는 도시의 첫인상은 고풍스럽다.
잠에서 깨어난 딸아이는 보이는 건물이 우리나라 아파트와 연립의 중간형태인 피소라고 알려준다. 여기서는 상가 건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거의 일층이 상가로 되어있고 나머지는 살고 있는 곳이며 그것은 도시나 시골이나 거의 다름이 없다고.





빌바오시내에 들어서자 차들이 제법 번다하다. 건물은 대체적으로 높지 않고 피소의 일층이 거의 상가로 이루어져 있고 이층 이상은 다 살림집이다. 베란다마다 꽃들이 너무도 이쁘게 늘어져있고 그것은 스페인에 머무르는 동안 너무도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으로 내게 다가선다.





드디어 라희가 사는 산투루치의 작은 집이 보인다. 간판 위 초록색 건물 3층이 바로 라희가 사는 집이다. 일층에는 오토바이 부품 매장이 있었는데 우리가 머무는 동안 그 가게가 열린 것을 볼 수가 없었다. 아홉시에 문을 열어 열한시부터 세시까지 시에스타, 그리고 일곱시면 문을 닫아버리니 우리는 오며가며 그 가게가 닫힌 것만 볼 수밖에.





방 세 개와 거실겸 주방하나가 있는 라희 집은 아담하고 편안하다. 거실겸 주방이 주 생활공간이었는데 창문을 열면 바로 앞에 공원이 있다. 산투루치에 머무는 동안 그 공원은 우리의 산책로가 되기도 하고 쉼터가 되기도 한 친숙한 곳이 되었다.





길 건너편 풍경으로 밤이면 카페가 열려 시끄럽기도 하고 일층에 있는 심플리마트는 가장 많이 우리가 애용한 곳이다. 이곳의 좀 큰 마트와 비슷한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여덟시까지 문을 여는 곳으로 그곳이 있어 장을 보기가 아주 편리하다. 아마도 우리가 머무는 내내 가장 많이 간 곳으로 다른 무엇보다 그곳의 산미구엘 맥주는 우리가 가장 많이 사마셨을게다. 마침 휴가기간이 끝나면서 세일을 해 더구나 부담없이 우리의 하루는 심플리에 들리는 것으로 거의 마무리가 된다.





창밖으로 오른쪽길 풍경인데 그곳으로 가면 산업도로가 나와 밤새 트럭 달리는 소리에 잠을 못이룰 정도. 산책로도 거의 없어서 그곳으로는 한 두어번 가보았을 뿐. 조금 벗어나면 예외없이 그곳에도 슬럼가가 있어 라희는 거의 그곳으로는 가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길이 끝나는 곳까지도 가보고 뒤의 주택가와 야산이 만나는 곳까지 가서 이름모를 들꽃도 꺾어오기도 한다.





공원을 한바퀴 돌면 끝에서 집으로 오는 길. 길 위로 다리가 나 있는데 그곳에서 보면 산투루치라는 지명이 꽃으로 새겨져 있다. 스페인사람들의 꽃사랑은 끝이 없어서 공원이든 집이든 카페이든 어느곳에 가도 꽃밭이 화분이 너무도 이쁘게 조성되어 있다.





드디어 집에 도착하고 한숨 돌리고 난 후 딸아이와 재회의 시간을 나눈다.
여기였구나, 여기서 공부하고 컴을 하고 셋이 같이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고 그렇게 살아가는구나. 작은 공간이지만 딸아이가 사는 곳에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다.





산투루치의 피소들은 하나같이 꽃을 품고 있다. 간혹 빨래가 널린 곳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아주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피소는 각 집마다 같은 꽃으로 피어난 꽃밭처럼 아름답다. 왠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그 꽃처럼 환하고 정겨울 거 같아 지나가면서 나는 자꾸만 그곳들을 올려다보게 된다.
어느 하나도 똑같은 건물이 없다. 각각의 형태도 문틀도 색깔도 건물마다 다양성을 갖고 있어 같으면서도 다른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다.





내려가는 길에 서 있는 경찰차도 너무나 귀엽다, 한국의 경찰과 달리 이곳의 경찰들은 참으로 느긋하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서두르는 일조차 없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경찰이 온다면 모두가 그 자리에서 바로 순응한다고 하는데 그건 바로 경찰들이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들고 있고 필요하다면 바로 그 권총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근처 어디에든 몇걸음만 지나면 카페가 있는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카페에 종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주로 시에스타 시간과 저녁시간에 이용하는데 간단한 음료와 맥주, 그리고 작은 샌드위치같은 것들을 사서 무어 그리 할말이 많은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떠들고 담소하는 것이 이들의 일상이다.





가장 궁금한 것이 라희가 다니는 학교였다. 다행히 학교는 멀지 않고 집에서 십분 정도 걸어가면 라희가 다니는 EIDE가 있다. 지금은 방학중이라 문이 닫혀 있지만 한국의 대학과는 달리 이곳은 아담하고 정겹다.
학교 주변은 공원과 산책로가 있고 조금 더 가면 운하를 사이에 두고 산책로와 체육관이 있어 라희도 그 체육관에 다닌다고 한다.





은행에 볼일이 있는 딸아이를 따라 나도 은행에 들어갔는데 한국의 은행과는 너무도 다르다. 입구에서부터 카드로 신원을 확인하고 한사람씩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거쳐 한명씩 볼일을 본다. 즐비하게 늘어서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한국의 은행을 상상했던 나는모든 것이 너무도 다른 문화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예전 라희가 살던 집 근처의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가 같이 있는 길이다. 차는 다니지 않고 오로지 사람과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데 그 도로에 접어들면 무조건 두시간은 가야만 한다. 오로지 외길로 우리는 한시간 정도 걷다가 라희집이 보이는 곳까지만 가서 다시 돌아온다. 똑같은 길, 똑같은 풍경이 지루하기도 했지만 약간 빗방울이 떨어져 비가 오기 전 돌아오기 위해서이다.





어둠이 깃든 산투루치도 아름답다.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 학교 근처의 라희가 자주 가는 단골카페에 차 한잔 하러 들렀지만 노는 날인지 닫혀있어 주변만 돌아보곤 아쉬운 마음을 남겨둔다.





하루종일 새로운 곳을 보느라 지친 발 네 개와 안내하느라 지친 발 두 개, 여섯 개의 발이 나란히 피로를 풀고 있다. 이렇게 셋이 여행을 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던 축복,
여행 내내 여섯 개의 발은 한곳을 향하여 같은 곳을 향하여 나란히 걷는다.





쇼핑을 싫어하는 그를 남겨두고 둘이 쇼핑을 하다가 커플 원피스를 샀는데 그런 우리를 찍어주면서 같은 옷인데 느낌이 다르다며 한마디 한다. 당연하지 딸아이가 훨씬 더 크고 날씬한데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나......
딸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그렇게 새로운 생활로 나에게 온다.



<2011년 8월 스페인 여행>
2011-10-04 14: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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