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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롯길 연가

  민희, 드디어 군인이 되다.
  이정숙
  


민희 드디어 군인이 되다.



1991년 3월 8일 오후 세시 십칠분.
제천 서울병원에서 엄마는 3.2킬로그램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건강한 아들아이를 낳았지요.
누나와 4년 6개월 터울로 태어났지만 누나와 거의 같은 시간에 태어난 민희는
누나의 간절한 소원으로 태어난 복덩이 아이였어요.
그때는 민희가 군대를 가게 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드디어 2011년 3월 22일 대학 2학년을 마치고 민희는
중학교 동창 우준이와 동반입대를 신청,
의정부 306보충대로 입대를 하게 되었어요.
2년동안 학교생활 때문에 집을 떠나있던 민희와 엄마는
두달을 다시 같이 살게 되면서 하루하루가
참으로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졌어요.
민희는 그 시간동안 혼자 여행을 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다니며 선후배, 친구들과 만나기도 하면서
정해진 날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었지요.

입대 전 3월 8일이 민희의 스물한번째 생일이었는데
입대하기 전의 특별한 생일이라서 이모네 가족과 삼촌 가족들과 같이
3월 5일 민희가 좋아하는 회집에서 미리 생일파티를 했어요.
이렇게 가족들이 다들 모여 민희의 생일을 축하하게 된 것도 아마 입대를 앞둔 조카의 불안한 마음과
아들을 보내는 엄마의 서운함을 달래주기 위해서였겠지요.



민희가 입대를 앞둔 그 전 주 목요일,
민희를 좋아하는 경하, 기현 두 삼촌이 또 자리를 마련해
따듯한 저녁과 술 한잔을 함께 했지요.
삼촌들은 그날 2차 맥주집까지 가면서 한 남자로 변신하는 조카에게
이런저런 격려의 말과 함께 남자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조카의 긴장을 풀어주었지요.



드디어 입대를 앞 둔 어느 날,
엄마는 민희가 머리를 깎기 전 그 모습을 찍었답니다.
컴퓨터를 하고 있는 민희는 환하고 밝아 덩달아 엄마의 마음도 그렇게 환했답니다.
다 자라서 어느새 군인이 되려하는 민희는
엄마에게 참으로 든든한 버팀목으로 잘 자라주었어요.



입대 전날 엄마 출근길에 함께 따라나서서 머리를 깎으러 간 민희는
퇴근해 돌아와보니 정말 낯선 까까머리 총각이 되어있었지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민희의 까까머리는
엄마에게도 낯설었지만 막상 머리를 깎고 난 민희도 마음이 많이 착잡했나봐요.
사진을 찍으려하니 너무도 강경하게 싫어해서
다가오는 엄마의 생일 선물로 찍자고 하여 간신히 찍을 수 있었어요.



더불어 찍은 민희와 엄마, 참으로 오랜만에 찍은 엄마와 민희의 사진이랍니다.
영산홍, 철쭉 화사하게 핀 봄날,
민희는 엄마품을 떠나 이제 당당한 대한의 아들로 거듭나겠지요.
그렇게 한 장의 사진을 남기고 민희는 새로운 길로 떠났답니다.



입대하는 날, 엄마는 근무 때문에 민희가 가는 길,
함께 가지도 못하고 민희를 보냈답니다.
보충대에 들어가기 전 잘 도착했다는 전화와 함께 민희의 정지될 전화기로 온 마지막 메시지
“다녀오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처음으로 들은 ‘어머니’라는 그 호칭에 엄마는 왜 와락 눈물이 쏟아졌는지.
한번도 어머니라는 말을 쓴 적 없는 민희의 그 ‘어머니’라는 호칭에서
엄마는 민희가 훌쩍 커버린 것을 그리고 정말 엄마를 떠난 현실을
너무도 절감하며 엉엉 눈물을 쏟았답니다.

그렇게 매일 매일 민희를 보낸 허전함으로 보낸 지 5일 후,
민희의 택배박스가 도착했어요.
그동안 민희의 보충대 홈페이지에서 민희의 일정을 확인하고
'맹호부대 수기사단’으로 배속된 거 확인한 엄마는
매일매일 민희와 함께 그 일정안에서 호흡하고 있었어요.



육군 장정 홍민희가 보내온 택배박스를 풀자
젤 먼저 눈에 띄는 건 민희가 그린 그림이었어요.
그 당시 민희의 상황을 엄마는 그 그림만으로 다 볼 수가 있었지요.
마침 그날이 엄마의 생일날이라 엄마는 아들아이의 그 멋진 그림을 선물로 받았지요.
모두가 편지를 쓰고 있을 때 민희는 그림으로 먼저
엄마가 걱정하지 말라고 눈에 보듯 선연한 장정들의 상황을 보여주었지요.



한참을 그림을 보던 엄마는 조심스레 박스의 그 그림을 열었어요.
집에 오면 휙 던져놓던 옷가지가 아닌 단정하게 개켜진 옷 위로 민희의 편지가 보였지요.
차마 그 편지를 바로 열지 못하고 엄마는 또 바보처럼 눈물 한방울 먼저 떨구었어요.



“어머니께
무사히 입대절차를 마치고 보충대에서 편지를 올립니다
일단 소포나 편지 보시고 울지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
그렇게 시작된 민희의 편지는 여지껏 엄마가 보아오던 어린 아들이 아닌
씩씩한 군인아저씨처럼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어요.
엄마는 그 편지를 읽다가 민희의 말대로 눈물을 쓰윽 닦았지요.



한사람의 군인으로 한사람의 남자로
그리고 정말 이제는 엄마품을 떠난 한 사람으로서의
당당한 삶이 눈에 보이는 듯 밝고 환했어요.
이제 엄마는 민희의 또다른 삶을 지켜보며
엄마의 삶을 더 당당하게 살아야겠지요.
언젠가 첫 휴가를 오는 날, 그리고 첫면회를 가는 날
엄마와 민희는 더 환하고 더 멋진 만남을 가질 거예요..
민희는 군인으로 엄마는 이정숙이라는 한 사람으로
서로의 삶에 충실한 모습으로
그렇게 아름다운 삶의 동반자로 함께 갈 거니까요.
이병, 홍민희...엄마는 널 정말 많이 사랑해....
엄마는 멋진 군인이 된 민희를 떠올리며 환한 아침을 보고 있어요.

<2011년 3월 마지막 날>
2011-04-03 20: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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