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유인도의 노래 | 소롯길 연가 | 함께 읽고 싶은 글 | 토방마루 | 방명록 | 콩 꼬투리


함께 읽고 싶은 글

  2007년 신년시 모음
  이정숙
  

<신년시>


닭이 울어 해는 뜬다

―안도현


당신의 어깨 너머 해가 뜬다우리 맨 처음 입맞출 때의그 가슴 두근거림으로, 그 떨림으로당신의 어깨 너머첫닭이 운다해가 떠서 닭이 우는 것이 아니다닭이 울어서 해는 뜨는 것이다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처음 눈 뜬 두려움 때문에우리가 울었던 것은 아니다우리가 울었기 때문에세계가 눈을 뜬 것이다사랑하는 이여,당신하고 나하고는이 아침에 맨 먼저 일어나더도 덜도 말고 냉수 한 사발 마시자저 먼 동해 수평선이 아니라 일출봉이 아니라냉수 사발 속에 뜨는 해를 보자첫닭이 우는 소리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우리가 세상의 끝으로울음소리 한번 내질러보자





한 그릇의 희망을 분양받아선

-고재종


 아직은 제 하루를 그만둘 때가 아니라는 듯
 저 무등 위로 치솟는
 꼭두서니빛 태양을
 너와 나, 무슨 환호 같은 것이라도 좀 섞어서
 바라보고 싶은 새해 새아침 아닌가
 
 하마 지금쯤 우리의 고향에선
 돼지우리의 어미돼지가
 뼛속까지 후비는 오물바닥에 누워
 새끼를 아홉 마리나 낳고 있다는 소식이라도
 전해올 것 같구나
 
 내가 울어서 네가 웃을 수 있다면
 네가 웃어서 모두가 웃을 수 있다면
 청둥오리의 새빨갛게 언 발이 내리는
 살얼음 미나리꽝을 보자
 가슴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푸른 미나리를 건지는 삶의 무게인들
 어찌 사랑치 않고 배기겠는가
 
 작심삼일일지라도
 작심삼일 뒤의 나약함과 후회까지라도 껴안고
 너와 나는 새해 새 아침
 한 그릇의 희망만큼을 분양받아선
 무등의 소나무거나 시누대거나
 그런 것 한 그루쯤 키우면 좀 좋을까
 
 가야할 곳은 왔던 길보다 멀지라도
 이제 막 치솟는
 어처구니 태양을
 너와 나, 모두 꿈같은 것이라도 좀 섞어서
 뜨겁게 뜨겁게 맞고 싶은 새아침이다
 




해맞이 노래

-문병란


돼지국말이 해장국 끓여놓고
모락모락 피어나는 구수한 향기 속에
너와 나 서로 나누는
사랑의 세배주 한 잔

취하기보다
정신 맑게 일깨우는
오늘의 건배
장밋빛 아침이 퉁겨 오른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
365개의 꿈이 있는 달력 위에
태양이 찾아오는 식탁
다시 새해 맞이함을 감사하자.

종말을 경고하는
절망의 증후군들
둔탁한 종소리는
돼지머리 비나리굿 위에
병든 지구촌 백정의 역사를 질타하고 있다.

돼지야 돼지야
구정물을 탐하는 너의 욕심
놀부야 변학도야
이합집산 이전투구 피비린 정쟁
썩은 내 나는 거품의 역사 걷어치우라.

저기 저 고운 무등의 햇빛
세종대왕의 거룩한 말씀으로 새겨
인류의 역사적 자존심
살찐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진리를 일깨우자.





새해를 향하여

- 임영조


다시 받는다
서설처럼 차고 빛부신
희망의 백지 한 장
누구나 공평하게 새로 받는다
이 순백의 반듯한 여백 위에
무엇이든 시작하면 잘될 것 같아
가슴 설레는 시험지 한 장
절대로 여벌은 없다
나는 또 무엇부터 적을까?
소학교 운동회날 억지로
스타트 라인에 선 아이처럼
도무지 난감하고 두렵다
이번만은 기필코......
인생에 대하여
행복에 대하여
건강에 대하여
몇번씩 고쳐 쓰는 답안지
그러나 정답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재수인가? 삼수인가?
아니면 영원한 未知修인가?
문득 내 나이가 무겁다
창문 밖 늙은 감나무 위엔
새 조끼를 입고 온 까치 한 쌍
까작까작 안부를 묻는다, 내내
소식 없던 친구의 연하장처럼
근하 신년! 해피 뉴 이어!







신년시

-김영환


새해에는 흐르는 강 흐르게 하고요
우리들 고개 들어 먼 산 바라 봐야죠
햇살 따사로운 들녁
침묵의 걸음걸이로 다가가
떼굴떼굴 이슬처럼 풀잎 위에
누우면 어때요

새해에는 날리는 바람 날리게 두고요
우리들 야윈 손 꼭 잡으면 어때요
우리들 힘찬 발걸음 모으면 어때요





그분이 오시고 있다. (새해)

-박인걸


그분이 오시고 있다.
깊은 웅덩이를 돋우고
높은 언덕을 깎아내려
평탄한 길을 만들자

끊어진 길을 다시 잇고
부러진 다리를 다시 놓자
튀어나온 모퉁이를 다듬어
우리 앞에 길을 곧게 하자

찢어진 가슴을 꿰매고
갈라진 마음을 합하자
마음의 상처에 고약을 바르고
엉클어진 사이를 풀자

알면서 혹 모르면서
기분 나쁘고 속상해서
미워하며 헐뜯던 것도
이제는 멀리 멀리 던져 버리자

그분이 오시고 있다.
눈앞에 와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넣으란다.
낡은 부대는 찢으란다.
우리 모두 새 마음으로
그분을 반갑게 맞이하자꾸나.





무등에 황금의 해가 떠오른다.

-나일환


지는 해를 바라보며 견공들은 황금의 복 녹을 위해 울부짖는다.
무등에 황금 해가 떠오른다.
얼마나 아팠던가.
얼마나 배고픈 설음에 한해를 보내야 했던가
위정자들만의 행복, 위선속에 슬픈 세상을 바라 보며
한숨과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던가
잘살아야한다. 쓸어져서는 안 된다고 야물지 못한 이를 악물고
피와 눈물이 범벅이 된채
날마다 밤을 세우며 뛰고 또 뛰지 않았던가.
허나 남는 것은 빚으로 얼룩진 상처만이 우리를 울려버렸다.
60년 기다린 황금 돼지 해는 떠오르고 있다.
지난 아픔을 묻고 다시 해는 우뚝 떠오르고 있다.
이제 다시 시작하라는 천상의 명령을 전하러 새날이 오고 있다.
지남을 용서하리라. 지남을 이해하며 버리리라.
새 날이 시작되는 오늘은 새 생명이 움트는 날인 것이다.
자,,일어나자. 뒤를 보지 말고 뛰어가자.
무등의 해는 우리를 위해 활활 타고 있다.
뜨거운 정열과 순박한 정의의 복을 태우며
가난한자 들을 위해 황금의 해가 떠오르고 있다.


<2007년 1월 1일>
2007-01-01 16:13:33



   

관리자로그인~~ 전체 87개 - 현재 1/5 쪽
번호
제목
이름
파일
날짜
조회
238
이정숙
2016-01-30
434
237
이정숙
2014-09-24
658
236
이정숙
2013-12-21
932
235
이정숙
2013-08-30
1253
234
이정숙
2011-10-28
1520
233
이정숙
2010-07-08
1831
232
이정숙
2010-01-11
1723
231
이정숙
2009-07-03
1815
230
이정숙
2008-09-23
2341
229
이정숙
2008-05-23
2101
228
이정숙
2008-02-17
2256
227
이정숙
2007-12-17
2006
226
이정숙
2007-09-02
2129
225
이정숙
2007-02-11
3723
이정숙
2007-01-01
2830
223
이정숙
2006-12-24
2310
222
이정숙
2006-11-28
2276
221
이정숙
2006-09-20
2322
220
이정숙
2006-09-05
2308
219
이정숙
2006-06-22
2430

[맨처음] .. [이전] 1 [2] [3] [4] [5] [다음] .. [마지막]



> HOME 유인도의 노래 | 소롯길 연가 | 함께 읽고 싶은 글 | 토방마루 | 방명록 | 콩 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