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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꼬투리 (기사 / 사진 / 가족 글)

  2007 신채호 문학축전
  이정숙
  


2007 신채호 문학축전





가을나들이를 합니다.
내 안에 있던 신채호를 끄집어 내놓게 한 그곳을 찾아
멀고먼 가을길을 돌아갑니다.
한사람이 남긴 흔적이 그리도 크게 한 마을을 차지하고 있는 줄
한 나라를 한 시대를 살다간 그의 민족정신이
깊게 깊게 자리한 고드미마을을 찾아갑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나무그늘아래 편안히 저 먼저 와서 앉아있습니다.
도심을 벗어난 문화행사를 표방하는 평화포럼의 그 기치가
참으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행사를 준비한 김창규시인을 따라
뒤풀이 준비를 하고 있는 이장님댁을 찾았습니다.
오늘 쓰려고 105키로가 넘는 돼지를 잡았다시며
돼지잡는 일을 해 준 마을 사람들이 잠시 한잔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오늘 이 마을의 잔치로 이어질 것을 예감합니다.



이장님댁을 나와 행사장으로 가는 길
절대 평범하지 않은 마을의 이정표앞에 다시 섭니다.
뒷면에는 도종환 선생의 고두미마을에서 라는 시가 붙어있습니다.

-고두미 마을에서

도종환

부제: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선생 사당을 다녀오며


이 땅의 삼월 고두미 마을에 눈이 내린다.
오동나무함에 들려 국경선을 넘어 오던
한줌의 유골 같은 푸스스한 눈발이
동력골을 넘어 이곳에 내려온다.
꽃뫼 마을 고령 신씨도 이제는 아니 오고
금초하던 사당지기 귀래리 나무꾼
고무신 자국 한 줄 눈발에 지워진다.
복숭나무 가지 끝 봄물에 탄다는
삼월이라 초하루 이 땅에 돌아와도
영당각 문풍질 찢고 드는 바람소리
발 굵은 돗자리 위를 서성이다 돌아가고
욱리하 냇가에 봄이 오면 꽃 피어
비바람 불면 상에 누워 옛이야기 같이 하고
서가에는 책이 쌓여 가난 걱정 없었는데*
뉘 알았으랴 쪽발이 발에 채이기 싫어
내 자란 집 구들장 밑 오그려 누워 지냈더니
오십 년 지난 물소리 비켜 돌아갈 줄을.
눈녹이 물에 뿌리 적신 진달래 창꽃들이
앞산에 붉게 돋아 이 나라 내려볼 때
이 땅에 누가 남아 내 살 네 살 썩 비어
고우나고운 핏덩어릴 줄줄줄 흘리련가.
이 땅의 삼월 고두미 마을에 눈은 내리는데.



동네어구에 선 동네 알림막과 11일 있을 전국농민대회 참가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나뒹구는 장승에 써있는 글자도 '농자천하지대본'이 아닌
"농자천하지대봉"입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하늘아래 봉이라는 그 섬뜩한 유머아닌 유머가
이 마을 사람들의 성향을 한눈에 드러내면서
과연 신채호 선생의 생가마을 답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지난해 9월22일 단재 선생의 며느리인 이아무개씨가
청원군 낭성면 귀래리에 있는 단재 선생의 묘지를 이장하려다
주민들의 신고로 저지된 뒤 근처 단재 선생의 집터에
가묘 형태로 안장되어 있다는 신채호 선생의 묘역입니다.
비석과 함께 파묘된 자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그곳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역사학자의 무덤이라기엔
너무도 작고 초라합니다.
그 어떤 사상도 죽음 앞에서는 그렇게 무방비상태일 수밖에 없음이
개탄스러운 풍경이었습니다.



마을을 돌아보고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리고 묘역을 돌아보고 나서 사당앞에 서니
왠지 마음 한구석 장중한 울림이 있습니다.
그 사당안 들어가기 전 잠시 멈추어섭니다.



1936년 2월 21일 중국 땅 대련 여순 감옥에서 순국하신 단재 선생님,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한 치의 타협도 없이 몸 바친 민족의 스승,
단재 신채호 선생이 광복을 보지 못하고 일제의 감옥에서 숨을 거두신 지 어언 70년,
그 흔적이 있는 사당 안에 서신 원로시인 이기형선생님과
한평생 올곧게 우리말 편찬사업에 몰두하신
박용수 선생님의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되면서 모두는 사당에서 참배를 하고
신채호 평전을 봉전하는 행사를 합니다.



이곳에 오기 전 신채호 선생의 평전을 읽으면서
그리고 그분의 흔적을 좇아가면서 느꼈던 마음이
시낭송을 하면서 그대로 내게로 옵니다.
갑자기 가을날씨답지 않게 너무도 추웠지만
시를 낭송하는 그 순간은 아무런 추위조차 느낄 수가 없습니다.



정말 그가 내게로 옵니다.
참자니 가슴이 아프고 말하려니 뼈가 저린 선생이 하고 싶었던
그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오래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그것은
국권회복, 자주독립이었을 것입니다.
독립이 되었으되 반쪽으로 나뉜 지금의 이 현실을
선생은 어떤 마음으로 내려다보고 계실까, 생각하니
바람처럼 스산한 낙엽처럼 선생이 내 안으로 오셔서
그 시를 읽고 있는듯한 느낌을 갖습니다.


영동에서 고향을 지키며 사는 양문규 시인의 시낭송입니다.
오랜 인연들, 덕분에 오늘 박운식 시인 성낙수 시인
이십육년전 영동에서 함께 했던 오랜 추억들도 만났습니다.



얼마전 심하게 앓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오늘의 행사를 함께 준비하신 김창규 시인.
언제 아프셨냐는 듯, 그 당당하신 육성이
고드미마을과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일갈로 옵니다.



추운 가운데 자리를 지키면서 행사의 마지막까지 기다려온
포크싱어 손현숙의 노래가 이어지자
추웠던 자리는 훈훈하게 달아오릅니다.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며 동동거렸던 발걸음들이
절로 흥에 겨워 들썩이는 해질녘 고두미 마을.
낙엽송의 잎들이 눈처럼 날립니다.



어느새 노래를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하나가 되었습니다.
비로소 온전하게 함께 한 신채호 선생의 그 흔적들
우리는 한사람을 만나러 온 그 먼길의 동행이 됩니다.



행사가 끝나고 모인 모두가 단체사진을 찍습니다.
현수막 뒤로 언덕을 오르면서 올곧게 하나된 마음이
고두미마을의 부분이 되어 남습니다.
만난 우리 모두는 가슴 한자락, 선생의 흔적을 다독입니다.



마을사람들이 푸짐하게 준비한 뒤풀이 장소인 생태마을은
이제 막 조성되고 있는 한옥마을입니다.
큰길에서 2.5㎞떨어진 하늘만이 바라보이는 두메산골인 고드미마을은
집 앞에 바로 정삼각형에 가까운 산이 있고 약 20호가 살고 있으며
단재로 인해 이들 마을사람들은 선생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커서
오늘 이 자리를 마음으로 준비했음을 느낍니다.

푸짐한 수육과 숯불구이, 막걸리와 정이 어울어진 그 자리를
먼길 핑계삼아 먼저 내려오면서 오늘 하루는
저 생태마을에서 걸게 마시고 취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것들이 미련으로 남아 돌아서는 발길이 왠지
가볍지 않은 가을 나들이입니다.


<2007/11/10>
2007-11-13 09: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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