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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꼬투리 (기사 / 사진 / 가족 글)

  명멸의 시간 -짧은 여름여행
  김언양
  

명멸의 시간 -짧은 여름여행
-김 언 양


   

    길 위에 내려기가 무서울만치 금새 지치도록 불볕이었지만 예정대로 우린 길을 떠났습니다.
    그 예정이란 조급히 서둘지도 말며, 목적지를 정하지도 말며 그냥 자연스러운 여행계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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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다보니 내 삶의 가장 특별한 곳인 섬진강에 가 닿았습니다.
    파괴된 마음의 안식처인 그 곳에 당신의 이름을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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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매실 농원>서 내려다 보는 강, 이곳에서 잠시 쉬어갈 때마다
    섬진강의 물빛은 저렇게 항상 곱고 푸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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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수다와 절대 침묵을 인정할 줄 알고 ,
    또한 절대 절망까지도 존중할 줄 아는 친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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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저한 무심으로 흐르는 것만 같은 푸른 강물위로 긴 꼬리를 달고
    강물을 가르며 배 한 척 흘러갑니다. 가끔 나도 당신의 무심함을 저렇듯 크게 휘 저어보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물도 당신도 이내 잠잠해진다는 것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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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물을 내려다 보고 있자니 누군가 사람사는 세월같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당신도 그런가요?
    깊은 강일수록 물살의 깊이을 가늠하지 못하는 강물처럼
    세월의 흐름도 문득 고개 들어봐야 알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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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뿌리에서 자라 두 가지로 갈라져 하나는 눕고 하나는 바로 서 있는
    선암사의 누운소나무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세월의 더께를 지니고도 나란히 서지 못하고 나란히 앉지 못하니
    바라보는 방향 또한 나란하지 못하지만 사람 사는 길이야 어디서건
    어떻게든 모두 다 같지 않겠습니까!




    꽃들 모두 졌는데도 상사화 몇 송이 남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고통이 생의 전부인 꽃 같아서 저 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저리지만
    그 또한 삶의 경이로움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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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에서 젖은 마음 다시 남한강으로 흘러들었습니다.
    물 굽이가 섬진강과 닮지 않았냐는 친구의 말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부는 바람도, 그에 흔들리는 나무들도 모두 같겠지만 또한 다르기도 해서입니다.
    그러나 그도 아닙니다.
    가야 할 길을 무심히 찾아드는 것이 닮았다는 뜻이었겠지만
    일체의 것들을 쉽게 인정치 못하는 제 좁은 소견탓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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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번, 스무 번 들려오는 가요를 들으며 박달재의 금봉이는 누굴까 하다가
    삶의 그리움을 기다림으로 채울 줄 아는 사람, 절대 승화될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아는 사람인지도 모른다고 스치듯 잠깐 생각만 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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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 되라네/…/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지로 변해/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신경림선생의 詩 '목계장터'의 일부입니다.

    석 삼년의 한 이레쯤이 아니라 한 이틀쯤이어도 참 즐거웠으니
    한 이레쯤이면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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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예가 후배 부부가 경영하는 경북 군위의 '옹기나라'라는 곳입니다.
    사람의 열정이란 불가능이란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만치
    젊은 도예가들의 땀과 수고가 묻어있는 곳이어서인지 몸보다 마음이
    먼저 휴식에 드는 곳이었습니다.

    무르익어가는 자연의 충만함이나 길 위의 숨겨진 어떤 의미를 찾아내려고
    떠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정확한 수칙이나 계획을 세워서 나선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여행도 아니었습니다.

    삶이란 살아가는 과정이란 말이 있듯 우리 가는 과정의 어느 순서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삶의 과정을 밟아가기 위한 순응의 순간으로 돌아 와 있습니다.





2004-08-12 06: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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